짭조름한 바닷바람과 발밑에서 눈이 사각거리는 그 덧없는 순간들 속에서, 눈앞의 공간은 서서히 마음속 풍경으로 번져 간다.
그렇게 태어난 이 찰나의 빛이 진짜 특별한 까닭도화려한 볼거리가 아니라, 가슴에 오래 남는 작고 소박한 장면들에 있다.
일상의 사소한 순간들 속에서, 겨울날의 공기부터 바다를 향한 잔잔한 그리움까지 마음의 서랍 안에는 작은 세계들이 조용히 하나씩 자라난다.
타오르는 초 하나, 유리창을 타고 흐르는 빗방울, 먼 바다를 슬쩍 훔쳐보는 눈길이 희미한 희망과 채워지지 않은 마음, 그리고 조용한 ‘집 같은 곳’의 감정을 어느새 한 편의 이야기로 이끌어 간다.
“진실은 무엇일까”, “비는 피부에 닿으면 어떤 느낌일까” 이런 질문들이 열어 놓은 자리에서, 현실은 하나로 굳지 않고 매 순간 새롭게 읽혀 간다.
세계의 시선 속에서는 시선의 각도와 예솔, 그리고 흩어지는 생각들까지모두 작은 감각의 방이 되어, 우리가 둘러싼 세계를 얼마나 다르게 바라보고 이해할 수 있는지 조용히 보여 준다.
텅 빈 종이와 완성된 문장 사이, 눈에 보이지 않는 한 칸의 여백에는 읽어 둔 문장의 메모들, 서툰 번역의 흔적과 글쓰기에 대한 작은 질문들이 겹겹이 쌓여 간다.
여백의 순간은 그런 사이 공간에 잠시 머무는 자리다. 이야기가 어떻게 짜이고, 번역이 어떻게 뜻의 결을 비틀어 놓는지, 그리고 그 사이에서 어떤 작은 손놀림이 다시 한 줄을 적게 하는지 천천히 더듬어 본다.